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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앉는다.

그런데 메뉴가 없다. 주방장이 다가와 음식을 보여주며 말한다.

"늦게 왔네요? 오늘은 이거 드시면 되요."

"네? 제가 왜 그걸..."

"거참, 말많으시네. 언제부터 메뉴 따지고 먹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똑같은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정신없이 먹는다.

맞다. 내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지? 그냥 주는 대로 먹자.




위와 같은 식당을 상상할 수 있는가?


자신이 어떤 요리를 먹고 싶은 지, 심지어 배는 고픈지 생각도 없이 식당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외출할때 어떻게 보일지, 날씨는 어떤지 생각도 없이 그냥 보이는 대로 옷을 뒤집어 쓰고 나가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평생 함께 해야할 '이것'만은 무엇인지, 왜 하는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앞으로 몇 주간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주방장'의 입장이 아닌, 먹는 자의 입장에서 풀어내보려고 한다.







공부는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특권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았을 것이다. 식당은 학교, 주방장은 교사. 자신이 배가 고픈지 무엇을 먹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학생이다. 그러나 이 비유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식당은 그나마 자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어떤 곳인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곳이다.

필자는 이 주제를 풀어나가기에 앞서 드라마 '여왕의 교실' 속 대사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드라마 속 한 학생이 교사에게 묻는다. '공부는 왜 해야하나요?' 그리고 교사는 이렇게 이렇게 답한다.




"하찮은 너희들은 공부를 하기 싫은 의무쯤으로 생각하지만

...(중략)...

공부는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특권이야!"







일본판보다 한국판이 좀 더 설득력 있었다. 배우가 더 예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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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공부는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특권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만나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며 그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로 살아간다. 인간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고 성취해 내는 것을 즐기고 행복해한다. 이 과정 자체를 '공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릴 때는 스스로 하고 싶어 부모를 설득한다. 사춘기에는 반항하고, 늙어서는 고집을 부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 교육'이라는 공부만큼은 예외다.

그래도 가르치는 게 우리 일이다 보니, 주방장들(교사)은 어떻게든 주어진 손님(학생)에게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 좀비처럼 멍하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야! 이거 진짜 맛있는 거야. 먹어! 왜 안먹어! 너희들 커서 뭐가 될라고 안먹어!?

빨리 먹어! 내가 이거 만드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교사도 학생도 즐겁지 않은 '나쁜 공부'의 시작이자 '학교=지옥'의 급행열차를 탑승하는 순간이다.





나쁜공부, 깨뜨리기.


'인간이 가진 최고의 특권이 공부라는 것에 동의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일단 제쳐두자. 어쨌든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우고' 실수하지 않고 잘하기 위해 '익히는' 것을 '학습'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이것이 삶 전체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말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삶에서 빈번하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공부를 우리는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거니와 왜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살아가는 일처럼 당연하기 때문일까?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숨부터 내쉰다. 비슷한 레파토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귀가 닳도록 들은 공부의 당위성에 대해서 또 들으라니... '빨리 진도나 나가지'하는 반응이다. 필자의 '나쁜 공부 깨뜨리기'는 여기서 부터 시작이다.




"최초의 인간은 공부라는 걸 했을까?"

"글쎄요?"

"학교도 교과서도 없는 최초의 인간은 무엇을 공부했을까?"

"불피우는 법? 사냥하는 법?"

"맞아, 말하자면 '오늘 하루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공부했겠지?"

"그럼, 공부못하는 사람은 죽었겠네요?"

"정답, 그때 인간들의 공부는 생존 그 자체였을거야. 살아남은 사람은 주변사람들 모아놓고 그걸 가르쳐줬겠지?어떻게 보면 최초의 학교같은 게 될 수도 있겠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수만,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같은 목적으로 공부하면서 살고 있어. 바로생존. 물론, 공부하는 방법과 대상은 좀 달라졌지만."

"예? 지금은 공부 못한다고 죽진 않잖아요."

"아니, 죽을 수도 있어. 다만 지금 우리들이 최초의 인간과는 다르게 '공부'를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거야."

"??????"


학교교육, 교과서 그 자체를 공부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그저 하기 싫은 의무 중 하나일 뿐이다. 세상에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 데 하필이면 '공부'를 하겠는가?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공부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특권임과 동시에 생존수단이다. 나쁜 공부를 깨뜨리기 위한 필자와 학생들의 첫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위에 언급된 예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는 모두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3월 초, '착한공부프로젝트' 프로그램,

착한공부 캠프 강의를 통해 실제로 있었던 일을 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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